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1950년대 서울의 도시경관과 그 특징 그리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50년대는 한국은 아직 나지막한 스카이라인, 상가와 주거지역의 구분 그리고 대로와 그 뒤편의 보행자 골목으로 구분되는 도로 형태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를 거치면서도 큰 변화는 겪지 않은 채 전통적 도시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특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양의 미로’라고 할 만한 빽빽한 골목길이었습니다. 혹시 삼청동에 가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큰 대로변 뒤로 한옥들이 있고 그 한옥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은 골목길들이 마치 미로처럼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주택가의 골목길과 큰 대로변 사이에 서열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비록 재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다세대 주택가에서는 주택이 뒷길로 물러나 있고 큰 대로 주변에는 상점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골목과 대로의 위치 관계는 서구의 그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서구의 도시 주택은 보편적으로 복층 구조를 이루고, 층은 그 자체로 사회적 계층의 수직적 차별화가 구현되는 곳입니다. 파리에서는 오스만(파리의 현대 도시화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인물) 계획 이전에는 부르주아 계층은 2층에 거주하고 3, 4층과 그 이상에는 하인, 노동자와 같은 서민이 거주했습니다. 그리고 1층은 상점들이 위치 했습니다. 1층에는 상점이 2층에는 부르주아가 3층과 그 이상에서는 서민이 수직적 계층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물론 집의 크기와 재료는 다르지만, 수평적으로 거주했던 한국의 거주문화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양의 건축구조는 19세기 후반이 되면서 한 건물 내에서의 계층적 서열화가 지역적 차별로 전환되었습니다. 즉 파리 도심 구역 재개발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주거지역 구분이 확립되었고 3, 4층에 거주하면 서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아예 노동자 주거지역이 형성되었습니다.

한국 전쟁 발발 이후에 우리가 흔히 한옥이라고 떠올리는 마당 딸린 한옥들이 점차 사라졌고 큰 틀에서 주거의 형태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주택들은 대부분 단독주택이었고 2층이 넘는 연립주택은 도시의 경관에는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소규모로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다 1958년이 되면서 이후 서울지역에서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전신이 개발되었습니다. 1958년 서울에 건설된 종암아파트는 이때만 하더라도 새로운 주택 형태였고 ‘아파트’의 선구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파트먼트 하우스’라는 용어가 도입되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파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이후로도 서대문구에 개명아파트(75세대)가 세워졌지만, 서울 시민들에게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택 형태가 익숙해지기까지는 아직 10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를 하다 보니 아직도 서울에 존재하고 있는 몇몇 전통 한옥들과 그곳을 둘러싼 골목길들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미로 같기도 하고 담장들 사이로 소박하게 뻗어있는 길들이 정겹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수평적이었던 공간이 100년도 되지 않은 세월 속에 지역별로 계층화되고 수직적으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면서 또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주택 형태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도시의 구조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점점 더 서울에서 내 집을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지방에선 인구 소멸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또 빈집 문제가 심각한 지역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으로 오고자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결국 지역과 지역의 서로 다른 인구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고 한쪽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이 불균형의 상태에서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까지 이끈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이며 이런 양극단의 상황에서도 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도시 개발 계획은 또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아직은 물음표투성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아파트 개발사를 살펴보면서 여러분과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 만들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