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홈페이지]-커버-템플릿-001 (8).jpg

 

 

민간소유의 도시재생 앵커시설 ; 상상에서 현실화로

 

남철관 (지역자산화협동조합)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지역활성화 사업이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도시(뉴딜, 지역형재생사업 등),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 어촌(어촌뉴딜 등), 취약지역(새뜰마을사업) 전역의 노후화된 주거지, 시장, 상업지, 지역거점 등을 무대로 실로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과거의 도활사업, 관리형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 테스트베드와 같은 전신(前身) 사업까지 포함한다면 그 역사도 최소 20년에 달한다. 짧지 않은 시간이고 아직도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문정부의 핵심사업으로 채택되면서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지만 구체적 성과가 보이지 않거나 사업의 효과가 늦게(느리게) 나타나는 재생사업의 특징으로 인해 많은 비판도 받았다. '빨리빨리'를 체화한 우리 사회에서 10, 20년 이상의 시간 흐름 속에서 추진되고, 서서히 결실을 보아야 할 재생사업이 호응을 받기는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와 연동되어 정비사업 열풍이 불 때마다 재생사업 회의론이 어김없이 고개를 든다.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 시간을 가지고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할 정책은 더욱더 공격받거나 폐기되기 쉽다.

 

b4510858bc6bceed4fd69a49a335b41d.jpg

 

  지금은 그런 시기이고 재생사업은 주택공급 확대란 깃발을 앞세운 정비사업에 밀려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그 핵심에 앵커시설, 공식적인 명칭으로는 주민공동이용시설이 있다.

 

사실 재생사업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곤 하는 앵커시설 조성사업은 주민들의 호응이 크고 토지 매입과 건설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인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면에서 지자체도 선호하는 사업이다. 전국의 재생사업지에서 어김없이 적게는 한 개, 많게는 서너개에 이르는 앵커시설이 계획에 반영되고 조성된 이유이다. 문제는 이 시설의 대부분이 자생력 논란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빨리 문화를 배경으로 고작 5년 이내의 사업 기간을 갖는 재생사업에서 거점시설 조성계획을 세우고 주민과 상인 등이 자생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협동조합 등 운영조직을 설립하라고 주민에게 채근하게 된다. (자본)을 모으고 경영, 관리, 생산, 유통 등 각 분야를 주민이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사업 기간 종료 시점에서야 조직의 사업(활동)의 무대가 되는 앵커시설이 준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면에서는 마중물 예산으로 통칭하는 나랏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일이 당연시되면서 사업비 조달, 건립과 운영의 모든 과정에서 선장 없는 배처럼 여겨져 속된 말로 목숨 걸고 책임지려는 주민이 거의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내 돈과 시간, 열정이 들어가고 좋은 콘텐츠에 더해 의무와 권한, 책임이 이에 따라야 어떤 조직이나 공간이 굴러갈 수 있는데 공무원, 주민, 상인 누구도 그런 측면에서는 자유롭다(?)고 여겨지는 것이 앵커시설인 셈이다.

 

국토부 뉴딜사업을 포함한 상당수의 재생사업은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그 빈자리는 정비사업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노후 주거지나 쇠퇴지역을 재개발 방식으로 정비할 수는 없다. 입지나 규모, 접도에 따른 사업성에 따라 극명하게 방향이 갈릴 것이다. 특히, 급속한 인구감소와 활력 상실의 상황에 놓인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어촌, 산촌 지역과 대도시에서도 정비사업 면적(접도)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블록(구획)에는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렵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기존에 이미 재생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수백 곳은 사업을 추진하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가 있고, 달아오른 부동산 경기가 금리인상과 버블붕괴 등의 변수로 하락 반전하면 소규모정비사업을 포함한 재생사업이 다시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다.

 

앵커시설로 돌아가 보면 이제는 민간 주도의 자생적 조성과 운영을 과감하게 시도할 때이다. 눈먼 돈이라거나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도시재생에 가해지는 비판을 극복하고 관 주도의 계획수립 및 실행과정에서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실험된 여지가 거의 없는 현재의 재생사업을 위기 속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여기서 마을관리협동조합과 같은 자생적 주민 경제조직, 지역에 정착한 소셜벤처와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해 보자. 이 조직들이 자기 비즈니스를 펼치는 공간적 자원의 일부 또는 전체 소유권을 확보한다고 상상해보자. 적지 않은 조직들이 공익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책임을 기반으로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사업을 펼쳐갈 수 있는 잠재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워크숍 등 주민 의견 수렴의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 등 공공이 원하는 입지와 규모의 땅을 매입하고, 설계 후에 경쟁입찰을 통해 영혼 없는 건물을 지어 공공이 운영체를 낙점하는 현재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상상해 보자. 사업 초기에는 인적자원 발굴과 역량 있는 조직의 유입 또는 네트워킹에 주력하고 소유, 운영에 있어 책임을 질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지거나 결정되면 다양한 금융 조달로 사업비를 마련한다. 물론 자발적, 자생적으로 어떤 지역 활성화 거점시설이 필요한지와 입지와 규모를 가늠하는 논의와 같은 공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여러 조직이 공동출자 하는 공유자산화 참여조직 공동출자를 통한 SPC(특수목적법인)의 소유 주체로 세우거나 지분등기, 구분등기 등 추진 주체들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방식을 활용하여 자본 마련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유효하다.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소기업과 사회적경제 분야의 업종기반 클러스터나 특정 지역에 뿌리내린 민간조직의 공동사옥과 같은 개념이다. 방문하고 싶은 다양한 용도의 복합거점을 만들면서 회의실, 교육장 등의 공유로 공간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fb96cf6cdd48848ccd40f34dfa6240b9.jpg목포 건맥이나 마포 해빗투게더, 강북의 터무니있는집 등에서 실험된 바 있는 시민펀딩과 운영조직의 자금투입을 통한 자기자본 마련이 시작이다. 최근 부동산 조각 투자(지분투자)에 대한 관심과 같이 변형된 소액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HUG 도시재생 씨앗 융자(연리 1.5%)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총사업비의 40% 수준으로 융자비율을 크게 낮추었지만 지방 도시 등에서는 아직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융자가 아닌 투자상품이어서 원금상환의 의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토부 모태펀드의 도시재생 기금도 있다. 행안부의 지역자산화지원사업도 금리는 3% 내외로 높지만, 상환기간(최장 15)과 같은 조건은 나쁘지 않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이 꾸준히 하고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연계된 지역자산화 융자사업과 주택과 근린 복합시설을 구상한다면 따뜻한사회주택기금 등 사회적 금융기관의 저리 대출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가가 낮은 지방 도시나 농어촌 거점, 대도시의 외곽지역에서의 실험이 자본조달 측면에서 부담을 더는 방법일 수 있다. 그래도 자금조달이 버겁다면 사회주택에서 폭넓게 실험된 토지임대부 방식을 가져와 지자체의 합의를 전제로 마중물 예산으로 토지를 구입한 후에 장기, 저리 임대하고 민간주체가 건물을 짓고 소유권을 갖는 구조도 나쁘지 않다.

20220422_133248.png

(따뜻한사회주택기금 홈페이지 참고 : http://warmfund.net/p/)

 

 

(참고이미지: 해빗투게더협동조합)

 

문제는 누가(Who)?란 질문이다. 지역에 있고 뿌리내리려고 하고, 새롭게 거점을 옮기려고 하는 젊은 조직과 공공에 의지, 의존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로컬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실천할 의지를 가진 주민참여 조직이 적격이다. 주민출자를 포함하여 총사업비의 20% 정도는 조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지역에 대한 애정과 사업성을 갖춘 비즈니스 플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재생에 관심을 둔 사회적 금융과 중간 지원조직도 이런 방향에 맞춘 지원프로그램을 짰으면 한다. 향후 국가도 보조금 투입 일변도의 공공주도 재생 사업에서 융투자 중심의 민관협력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 나가면서 금리와 상환기간 등 지원조건을 크게 개선하고 진입장벽을 낮추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재생은 로컬이 살길이고, 그 중심에는 그곳'에 단단히 뿌리내린 민간 실행조직이 있다. 자율적으로 소유(장기 임대), 이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자산화 공간은 그들의 놀이터이자 일터가 될 것이다.

 

#도시재생 #지역자산화 #앵커시설 #주민공동이용시설 #씨앗융자 #행안부 지역자산화지원사업 #따뜻한사회주택기금 #로컬크리에이터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