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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자산화의 동료들을 만납니다. 지역/시민자산화, 커뮤니티/클러스터 공간을 추진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상과 근래의 상황, 고민을 듣고 모아 정리해 여러분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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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의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은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자산화 사례로 꼽히죠. 지난해(2021년) 여름 ‘모두의 놀이터’(모놀)란 이름의 시민 공간을 오픈하고, 실질적인 운영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2020년 9월18일, ‘시민건물주’들의 부동산 계약에 이어 공식 오픈 단계까지 온 것이죠! 당시의 안내 글을 잠시 회상하면….(참고: 해빗투게더 홈페이지)

 

“역사에 시민자산화 1호로 기억될 것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75 (성산동 231-15). 홍대입구에서 성산2동 방향(북서쪽)으로 700m쯤. 경성중고사거리라 불리는 큰길가에 선 건물입니다.

 

대지 61평, 지하1층~지상 4층(+옥탑), 연면적 141(149)평. 

 

33억! 이 건물의 계약가입니다. 그냥 1억도 '억!' 소리가 날 판인데, 33억이나 주고 건물을 사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내동 심장이 가만있질 못합니다.”

 

자산화는 ‘조성’이 끝이 아니라고, 운영과 함께 ‘시즌2’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해빗투게더의 최근 현황과 고민을 들어보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22년의 봄, 모놀 현장을 찾아 박영민 상무이사와 자연스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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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주민협동조합 해빗투게더의 도전 < 하승창의 생각가게 < 테마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이로운넷 (eroun.net)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을 꿈꾸다 :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 서울협동조합청년기자단 < 사람人 < 문화 < 기사본문 - 이로운넷 (eroun.net)

 

오픈, 그러나 부분적이었음… 완전체 운영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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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의 현황에 대해

“건물을 매입하고 운영에 돌입하고부터, 새로운 시즌이 또 시작되는 기분이다. 현재는 기존 세입자가 남아있어, 전체 중 2개층만 운영하고 있다. 부분적 오픈상태로 볼 수 있다. 애초에 전체 건물을 두고, 층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그림을 그렸는데, 아직은 미비한 상황이다. 부분적 층을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체 층을 운영하는 그림을 올해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행을 할 예정이다. 조합원을 포함해 어떤 참여주체랑 함께 운영/이용할지. 이 공간 전체를 온전하게 모두의 놀이터로 만드는 작업이 올해 내내 지속할 과제다.

 

또한 건물 매입시 적은 자기자본으로 시작해서, 대출 비중이 높다.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크고 재무적인 어려움이 있는 등 고난의 시간을 버티는 과정이 남았다. 그렇다고, 임대사업하듯 임대료 많이 책정해서 받아 내는 구조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조합원과 시민의 힘으로 부담을 함께 경감하며 우리의 자산을 만들어가는 계획을 꾸준히 전개할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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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건물을 소유했지만, 끝이 아닌듯하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일반적 모델은 임대료를 높게 시장가로 받거나 혹은 팔아서 시세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우리의 경우, 두가지 모두 안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적정 임대료를 받아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많으면 괜찮다. 예컨대 한 30억 들고 있음 괜찮을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래도 결국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 모색!”

 

Q 구체적으로 말씀주신다면?

“우선, 기존 조합원 출자 증좌와 신규 조합원 등을 통해 자기 자본을 늘리는 과제가 있다. 즉, 부채비율을 낮추기. 또한 기존의 대출금을 지금의 변동금리 등 상황에서, 보다 낮고 안정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금리로 바꿀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조합원 내 장기차입 방식으로 풀어가는 걸 고민 중이다. 은행에 맡겨두기보다는 조합에 예치해주시는 방식!!

 

조합 구성원 중, 원래 관계가 있던 분도 있지만 서로 모르는 조합원도 많다. 커뮤니티성, 관계를 강화하는 사업과 활동을 해야, 관계망을 통해 안정적인 소유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시작은 마포의 지역기반 단체들이 주요 멤버였고, 클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일반 시민 분들도 많이 동참했다. 관계를 통해 협동의 수위를 높여가는 기획과 실천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기자금 부족, 상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딜 순 있지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일부 실무진이나 임원진이 부담을 짊어지고 해결할 수 있는 과업은 아닐 것이다. 이사진 /대의원이 조합원들을 최대한 나눠서 만나는 등 접촉을 늘리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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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협동조합 모델 아닌 ‘시민자산’ 협동조합 모델
“5명이 만드는 5억 보다, 500명 시민조합원이 만드는 5억을 조성하는 모델 구상”

Q 해빗은 협동조합 유형으로 보면 사업자조합원 중심 모델인가?
“우리는 사업자모델은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제의식을 쌓은 사업자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서 추진해온 건 맞으나, 사업자들이 많은 지분이나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가는 구조는 아니었다. 출자금도 몇개의 사업자 조합에서 몇억씩 목돈을 내서 하는 구조는 아니고,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달리 출자했다. 시민 출자자와 같은 지위다.

왜? 출자금 등으로 허들을 높이면, 그것이 안되는 단체나 개인 조합원은 참여가 어렵거나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소수 몇몇 조합원이 금액을 많이 내면, 한두 주체가 사정이 생겨 탈퇴하게 되면 리스크가 굉장히 커진다. 그보다는 보다 대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합 방식으로 하길 원했다. 지금도 제일 많이 출자한 조합원이 1천만원 수준을 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억 이상 가진 단체/조직이 10개 모여서 자기자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하면, 훨씬 심플하다. 물론 그런 방식도 필요한 경우가 있겠지만, 또한 개인의 경우에도 일정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 십여명이 모여서 하고자 하는 자산 형성을 의기투합해서 추진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적은 출자금으로도 가입할 수 있고 시민자산화의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5명이 만드는 5억 보다 500명 시민조합원이 만드는 5억을 조성하는 모델을 구상했고, 이것이 계속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큰 포션을 차지하는 한명이 탈퇴하더라도 크게 리스크는 없는, n분의 1로 계속되는 구조를 생각한 것. 물론, 현실적으로 형편이 되는 사람/조직이 더 많이 돈을 내고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고, 협동조합의 30% 지분제한 내에서 셋팅하거나 하는 고민은 상황에 따라 계속 필요한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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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화주의자… 사례를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

Q 왜, 자산화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자산화주의자다. 위탁사업만으로는 체질개선이 어렵다. 정부/지자체로부터 행정사무위탁을 지역/민간조직이 한다고 했을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자율적 운영이 가능한 ‘사용수익허가’ 방식의 공공 공간 운영, 나아가서는 자산화를 직접 실행하는 단계를 상정하고 진행해나가는 구상이 필요하다.

행정사무를 대리해 수행하고 그것을 하는데 에너지를 다 뺏기면, 우리가 그동안 보조금 사업을 많이들 해봐서 다 깨닫고 있는 바다. 거기에 매몰되면 역량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위탁을 넘어, 그래도 스스로 운영하고 책임지는 사용수익 허가방식(저가 임대와 스스로 사업진행)이라는 완충기간을 거치더라도, 나아가 자산화를 실행하는 전략으로 간다면 훨씬 더 지역의 역량이 축적되고 모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우리, 함께하는 파트너가 지역과 사회의 역량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야 자산화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분명 자산화가 끝이 아니다. 적당히 건물을 사고, 몇년만에 얼마 올랐으니 팔고, 또 사고, 이렇게 하는 건 자산화를 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걸 함께 버티고 적자가 나더라도 나눠서 감내하고, 혁신적인 사업을 벌여서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자산화 공간을 어떻게 굴리고 운영해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숙제다. 위탁만으로는 절대 그런 힘을 키워줄 수 없다. 그래서 단계적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산화 전략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 

법과 제도, 정책 등이 잘 마련되기 위해서도 그렇다. 행정에서는 위탁사업을 줄때조차, 너네들 자격과 역량 있어? 이렇게 시민사회를 깔보기도 하고 주민들 역량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스스로의 역량으로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어, 그러니 비슷한 거 우리가 운영해줄게, 이런식으로 사례를 가지고 가야 시쳇말로 먹힌다. 계속해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같은 일을 하는 주체들끼리 연대하고 이런 방식의 부동산 소유라는 게 현실에서 가능할 때 정책은 물로 사회변화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계급화되는 부동산 사회에서, 부동산 소유 방식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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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화 해라!!

Q 자산화를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 무조건 자산화 해라, 라고 말한다. 어렵더라도 질러라. 당장의 돈, 자본,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누구냐, 그 사람이 하면 나도 같이 하겠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 것도 없는데 계획만 가지고 펀딩을 하고 일단 돈을 모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물이 정해지면, 실질적인 액션과 행동, 자본조달 방안이 더 자세히 나온다. 너무 재면 오히려 시간만 가고 동력을 잃는다.

최대한 많은 자기자본, 물론 좋겠지만, 일정 수준이 되면 일단 질러서 매입해라. 저희도 물건 몇십개씩 보고 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물건이 나를 기다려주지도 않고 결국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하는 거다.” 

결국, 조직문화… 자산화는 사람 관계망과 힘 만드는 것

Q  자산화와 협동조합, 개별화된 시대에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산화와 협동조합을 하다보면, 다수가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관, 규약, 다양한 관련 조항들을 정하기도 하고 신경쓰이는 점도 많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백날 정관과 규칙 꼼꼼하게 만들어도 형식으로 흐르는 경우 정말 많다. 아무리 좋은 법, 제도 만들어도, 정치판을 봐도 위성정당 만들고 그러듯이, 유권해석, 법리 해석 등이 조합을 유지시켜주는 건 아니다. 좋은 조직 문화, 의사결정 문화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산화가 꼭 공간만의 의미는 아니다. 내가 낸 품, 자금을 가지고 우리가 같이 빚을 내든 어쨌든 그 구조를 계속 유지하며, 이런 협동의 힘을 키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산화의 의미는 사람의 관계망과 힘을 만드는 것이다. 예전처럼 크게 광장에서 모이거나 하는 시대는 아니고, 조금 작게,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커뮤니티 공간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게 지속가능할 때 관계가 생기고, 아무리 온라인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공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같이 만들고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공간이 곳곳에 있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또 관계가 생기고, 관계가 다시 공간을 창출하고, 그러면서 ‘우리’의 자산도 늘고, 이게 선순환되는 과정 속에서 ‘시민의 힘’이 키워지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자산화가 그냥 건물을 사서 운영한다, 라기보다, 새로운 시민사회나 지역운동을 구성하는 관점에서 봐야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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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마치며

얼마 전, 해빗투게더는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오픈했습니다. 거기에는 이러한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공간(空間)이 필요합니다. 친구와 동료, 이웃들과 일상을 나누고 놀고 먹고 일하며 함께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사회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그러한 소중한 공간을 다수 시민의 공동자산으로 소유하고, 함께 공유공간(commons)으로 운영하는 사회적 부동산을 만듭니다.”

‘모두의 놀이터’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과 조합원의 이용을 높이고자 하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주 들러주면 좋을듯합니다^^

https://www.haveittogether.kr/
 


글/정리: 이웃주민 팀장
인터뷰 지원: 송이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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